볏 짚 / 전석홍
누이야 너는 아느냐 벼 줄기가 부르튼 발 물에 담그고 쏟아지는 뙤약볕 모진 비바람 속 진국 다 빨려 이삭 하나 키워 낸다는 것을, 때론 헉헉 숨 막히는 가뭄 속에서 발바닥 쩍쩍 가라지고 손가락 타오르면서도 물 한 방울 찾아 발가락 굳은 땅속 파 들어가는 것을, 이삭이 익어 가면 멍애처럼 무거워 무거워서 조용히 모개 꺽고 휘어 내리는 것을 가슬이 끝나면 알곡 다 털리고 상흔처럼 이삭 자국만 녹슨 훈장으로 간직한 채 세월의 주름살같이 메말라버린 지푸라기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지금은 이엉되어 우리 집 초가지붕 포근히 덮어 주는데 어릴 적 "한 알의 밥톨에 뼈 빠진 땀 얼마나 담긴 줄 아냐 이눔들아 한 톨도 버려선 안돼!" 타이르신 말씀 오늘도 십계명처럼 목구멍에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