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내 마음의 부싯돌 / 전석홍

윤소천 2023. 2. 2. 08:53

 

 
                                                                                               

굵고 까칠한 왼손

엄지와 검지 손끝 사이

작은 부싯돌 퉁겨내서

아버지 온 집안에 집불 지폈었네

그 불씨 한톨

내 가슴속 불못으로 꽝꽝 박혀

삶의 계곡 굽이굽이

비바람 호되게 몰아칠 때

젖은 내 마음의 심지에

몇 번이고

불꽃을 당겨 주었네

홀로 가야만 하는 외진 길목

어둠의 깊은 늪에 실족해

수 십길 바닥 밑으로 미끄러져 내릴 때도

내 눈에

불노을 일으켜 주었네

시간에 타버린 재가 쌓여 가도

영혼에 불붙이는 꽃불 씨톨로

숨쉬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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