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까칠한 왼손
엄지와 검지 손끝 사이
작은 부싯돌 퉁겨내서
아버지 온 집안에 집불 지폈었네
그 불씨 한톨
내 가슴속 불못으로 꽝꽝 박혀
삶의 계곡 굽이굽이
비바람 호되게 몰아칠 때
젖은 내 마음의 심지에
몇 번이고
불꽃을 당겨 주었네
홀로 가야만 하는 외진 길목
어둠의 깊은 늪에 실족해
수 십길 바닥 밑으로 미끄러져 내릴 때도
내 눈에
불노을 일으켜 주었네
시간에 타버린 재가 쌓여 가도
영혼에 불붙이는 꽃불 씨톨로
숨쉬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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