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무심 흘러간다 더 낮은 곳으로 차오르는 욕망의 물너울 지워 버리고 둘레 가늠하는 참눈을 뜬 겨울강은 품속 파고드는 물새 발자국도 빈 들판 넘나드는 물꼬자락도 사라졌는데 하늘 내려앉는 눈꽃자리 손사래 치며 얼음 기둥 세우면서 제 갈 길만 가누나 봄 샘물, 여름 시내, 가을 강마루 따라 출렁이며 높낮은 곳 다 굽이쳐온 겨울강이여 깡마른 갈대의 진혼곡에 소리 죽여 수심(水深)으로 흐르는구나 문득 옷깃을 여미며 바라보느니 가슴 물길 가로지르는 저 한 떼의 강물이 내 진실의 거울 맑게 비춰주고 가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