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매실나무 한 구루 칠백 년 묵어있다
선암사 옆구리 외진 뜰에
숱한 비바람 비비꼬며
구름 계단 재겨오른 몸뚱어리엔
목불 품새 아련히 새겨있다
몸짐 잔뜩 진 등때기에
듬성듬성 피어나는 검버섯 이끼꽃
골짝 깊은 역사의 숨소리 들려온다
나무 가슴 틈새 파고든 허공은
목탁새 한땀 한땀 쪼아대던 원광인가
내 마음 가득찬 과녁 한가운데
화엄화살로 박혀오는데
눈물이슬 내릴 때면
조용한 매실향기 절간을 환히 꽃피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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