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청매실나무 목불(木佛)로 서다 / 전석홍

윤소천 2023. 2. 18. 08:01

 

 

 

청매실나무 한 구루 칠백 년 묵어있다

 

선암사 옆구리 외진 뜰에

숱한 비바람 비비꼬며

구름 계단 재겨오른 몸뚱어리엔 

목불 품새 아련히 새겨있다

 

몸짐 잔뜩 진 등때기에

듬성듬성 피어나는 검버섯 이끼꽃

골짝 깊은 역사의 숨소리 들려온다

 

나무 가슴 틈새 파고든 허공은

목탁새 한땀 한땀 쪼아대던 원광인가

내 마음 가득찬 과녁 한가운데

화엄화살로 박혀오는데

 

눈물이슬 내릴 때면 

조용한 매실향기 절간을 환히 꽃피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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