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화강석이 되어 / 전석홍

윤소천 2023. 3. 2. 09:17

 

 

나는 화강석이 되어

가난한 집 방바닥 구들장으로 깔리어

군불 품어 고단한 등짝 녹여 주고 싶다

 

그늘 깊은 집 주춧돌로 박혀

기둥과 대들보 힘껏 떠받치고 싶다

 

보일 듯 말 듯 집 한 귀퉁이

서툰 글씨로 써진 한 줄 시(詩)이고 싶다

 

조부장한 물길 밑바닥에 깔리어

소색이며 흘러가는 유리알 물소리 간직하고 싶다

 

두메 마을 긴 담장으로 줄지어 서서

인정 어린 이야기 주워 담는 역사의 꽃그릇이 되고 싶다

전석홍 시인

전남 영암출생,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현대문예>,<시와 시학> 김남조선생 추천으로 등단

시집 담쟁이 넝쿨의 노래, 원점에 서서, 내 마음의

부싯돌, 농기구열전 등 다수. 한국크리스찬문학상,

영랑시문학상, 광주시 문화에술상 등 다수.

전라남도 도지사, 국회의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