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견고한 고독 / 김현승

윤소천 2014. 9. 9. 06:38

 

견고한 고독

 

 

 

 

 

 

모든 신들의 거대한 정의 앞엔

이 가느다란 창끝으로 거슬리고

   

생각하던 사람들 굶주려 돌아오면

이 마른 떡을 하룻밤

네 살과 같이 떼어 주며

 

결정된 빛의 눈물

그 이슬과 사랑에도 녹슬지 않는

견고한 칼날, 발 딛지 않는

피와 살

   

뜨거운 햇빛 오랜 시간의 회유도

더 휘지 않는

마를 대로 마른 목관 악기의 가을

그 높은 언덕에 떨어지는

굳은 열매

   

쌉쓸한 자양

에 스며드는

에 스며드는

네 생명의 마지막 남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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