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내가 만난 이중섭 / 김춘수

윤소천 2014. 9. 1. 05:34

 

 

내가 만난 이중섭





 

 


 

광복동(光復洞)에서 만난 이중섭(李仲燮)은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

동경(東京)에서 아내가 온다고

바다보다도 진한 빛깔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길위에

발자욱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에 나는 또

남포동(南浦洞) 어느 찻집에서

이중섭(李仲燮)을 보았다.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진한 어둠이 깔린 바다를

그는 한 뼘 한 뼘 지우고 있었다.

동경(東京)에서 아내는 오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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