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백련(百蓮) / 구 상

윤소천 2014. 9. 5. 07:06

 

 

 

 

 

내 가슴 무너진 터전에

쥐도 새도 모르게 솟아난 백련 한 떨기

사막인 듯 메마른 나의 마음에다

어쩌자고 꽃망울 맺어 놓고야

이제 더 피울래야

피울 길 없는 백련 한 송이

왼밤 내 꼬박 새어 지켜도

너를 가리울 담장은 없고

선머슴들이 너를 꺽어 간다손

나는 냉가슴 앓는 벙어리 될 뿐

오가는 길손들이 너를 탐내

송두리째 떠간다 한 들

막을래야 막을 길 없는

내 마음의 망울진 백련 한 송이

차라리 솟지나 않았던들

세상없는 꽃에도 무심한 것을

너를 가깝게 멀리 바랠 때 마다

퉁퉁 부어오르는 영혼의 눈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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