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739

행 복 / 헤르만 헤세

​ 당신이 행복을 찾아 떠나신다면당신은 행복한 사람이 될 만큼성숙하지 못한 것이랍니다세상에 모든 사랑스러운 것이당신의 것이 될지라도​당신이 만일잊어버린 것에 아쉬워하고목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초조해한다면아직도 당신은​마음의 평화가 무엇인지모르는 것이랍니다당신이 모든 희망을 버리고행복이라는 이름으로그 어떤 목적과 소망마저 원하지 않게 될 때​그때 비로소세상의 모든 어둠은당신에게서 멀어져 갈 것이며당신의 영혼은 진정으로 평화로울 것입니다

읽고 싶은 시 2024.05.12

비가 전하는 말 / 이해인

​밤새길을 찾는 꿈을 꾸다가빗소리에 잠이 깨었내물길 사이로 트이는 아침어디서 한 마리 새가 날아와나를 부르네​만남보다 이별을 먼저 배워나보다 더 자유로운 새는작은 욕심도 줄이라고정든 땅을 떠나힘차게 날아오르라고나를 향해 곱게 눈을 흘기네​아침을 가르는하얀 빗줄기도내 가슴에 빗금을 그으며전하는 말​진정 아름다운 삶이란떨어져 내리는 아픔을끝까지 견뎌내는 겸손이라고오늘도 나는 이야기하려네​함께 사는 삶이란 힘들어도서로의 다름을 견디면서서로를 적셔주는 기쁨이라고

읽고 싶은 시 2024.05.06

고난기에 사는 친구들에게 / 헤르만 헤세

​사랑하는 벗들이여, 암담한 시기이지만 나의 말을 들어주어라 인생이 기쁘든 슬프든, 나는 인생을 탓하지 않을 것이다. ​햇빛과 폭풍우는 같은 하늘의 다른 표정에 불과한 것 운명은, 즐겁든 괴롭든 훌륭한 나의 식량으로 쓰여져야 한다. ​굽이진 오솔길을 영혼은 걷는다. 그의 말을 읽는 것을 배우라! 오늘 괴로움인 것을, 그는 내일이면 은총이라고 찬양한다. ​어설픈 것만이 죽어간다. 다른 것들에게는 신성(神性)을 가르쳐야지. 낮은 곳에서나 높은 곳에서나 영혼이 깃든 마음을 기르는 ​그 최후의 단계에 다다르면, 비로소 우리들은 자신에게 휴식을 줄 수 있으리. 거기서 우리들은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우러러 볼 수 있을 것이리라.​

읽고 싶은 시 2024.05.05

수선화 / 박정순

눈부시지 않은 모습으로 뜰 앞 정원의 모퉁이에서 봄을 안내하는 등을 켠 아프로디테 가녀린 몸매로 긴 겨울 어이 참아내었는지 무명의 어둠 끌어안고 삭이고 삭인 고통의 흔적 그 얼굴 어느 곳에서도 나타나지 않고 구시렁거리지도 않은 또 다른 별의 모습으로 꽃등을 켰다 항시 화려함이 아름다움은 아니듯 은은히 존재를 밝히는 가녀린 모습 앞에 마음도 한 자락의 옷을 벗고 노오란 향기와 모습 앞에 얼룩진 내 삶을 헹군다

읽고 싶은 시 2024.04.25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읽고 싶은 시 2024.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