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 복 / 헤르만 헤세 당신이 행복을 찾아 떠나신다면당신은 행복한 사람이 될 만큼성숙하지 못한 것이랍니다세상에 모든 사랑스러운 것이당신의 것이 될지라도당신이 만일잊어버린 것에 아쉬워하고목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초조해한다면아직도 당신은마음의 평화가 무엇인지모르는 것이랍니다당신이 모든 희망을 버리고행복이라는 이름으로그 어떤 목적과 소망마저 원하지 않게 될 때그때 비로소세상의 모든 어둠은당신에게서 멀어져 갈 것이며당신의 영혼은 진정으로 평화로울 것입니다 읽고 싶은 시 2024.05.12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 정호승 잘 자라 우리 엄마할미꽃처럼당신이 잠재우던 아들 품에 안겨장독 위에 내리던 함박눈처럼잘 자라 우리 엄마산그림자처럼산그림자 속에 잠든 산새들처럼이 아들이 엄마 뒤를 따라갈 때까지잘 자라 우리 엄마아기처럼엄마 품에 안겨 자던 예쁜 아기의저절로 벗겨진 꽃신발처럼 읽고 싶은 시 2024.05.09
비가 전하는 말 / 이해인 밤새길을 찾는 꿈을 꾸다가빗소리에 잠이 깨었내물길 사이로 트이는 아침어디서 한 마리 새가 날아와나를 부르네만남보다 이별을 먼저 배워나보다 더 자유로운 새는작은 욕심도 줄이라고정든 땅을 떠나힘차게 날아오르라고나를 향해 곱게 눈을 흘기네아침을 가르는하얀 빗줄기도내 가슴에 빗금을 그으며전하는 말진정 아름다운 삶이란떨어져 내리는 아픔을끝까지 견뎌내는 겸손이라고오늘도 나는 이야기하려네함께 사는 삶이란 힘들어도서로의 다름을 견디면서서로를 적셔주는 기쁨이라고 읽고 싶은 시 2024.05.06
한 여름 날의 왈츠 / 신옥비 절정의 여름 깨어난 물고기의 촉수가빛난다 환희의 비명을 지르며가슴을 열고 왈츠를 추는우리는 물고기 연인 은빛 지느러미 퍼덕이며 달려가그대 가슴에푸른 깃발 꼿는다. 읽고 싶은 시 2024.05.06
산 다는 건 / 신옥비 그리움을 그리워하는 일이다 산다는 건스치듯 지나치는 바람 무심히 맞는 일이다 산다는 건조각구름처럼 흩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다 산다는 건가슴에 남은 피 한 방울마저 덜어내는 일이다 산다는 건나만의 호수에 두레박 가득 사랑 채우는 일이다 산다는 건 홀로 버텨내는 일이다. 읽고 싶은 시 2024.05.06
고난기에 사는 친구들에게 / 헤르만 헤세 사랑하는 벗들이여, 암담한 시기이지만 나의 말을 들어주어라 인생이 기쁘든 슬프든, 나는 인생을 탓하지 않을 것이다. 햇빛과 폭풍우는 같은 하늘의 다른 표정에 불과한 것 운명은, 즐겁든 괴롭든 훌륭한 나의 식량으로 쓰여져야 한다. 굽이진 오솔길을 영혼은 걷는다. 그의 말을 읽는 것을 배우라! 오늘 괴로움인 것을, 그는 내일이면 은총이라고 찬양한다. 어설픈 것만이 죽어간다. 다른 것들에게는 신성(神性)을 가르쳐야지. 낮은 곳에서나 높은 곳에서나 영혼이 깃든 마음을 기르는 그 최후의 단계에 다다르면, 비로소 우리들은 자신에게 휴식을 줄 수 있으리. 거기서 우리들은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우러러 볼 수 있을 것이리라. 읽고 싶은 시 2024.05.05
세 월 / 이해인 물이 흐르는 동안시간이 흐르고시간이 흐르는 동안물이 흐르고하늘엔 구름땅에는 꽃과 나무날마다 새롭게피었다 지는 동안나도 날마다 새롭게피었다 지네모든 것 다 내어주고도마음 한 켠이얼마쯤은 늘 비어 있는쓸쓸한 사랑이여사라지면서 차오르는나의 시간이여 읽고 싶은 시 2024.05.02
꽃을 보려면 / 정호승 꽃씨 속에 숨어있는 꽃을 보려면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잎을 보려면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꽃을 보려면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읽고 싶은 시 2024.04.28
수선화 / 박정순 눈부시지 않은 모습으로 뜰 앞 정원의 모퉁이에서 봄을 안내하는 등을 켠 아프로디테 가녀린 몸매로 긴 겨울 어이 참아내었는지 무명의 어둠 끌어안고 삭이고 삭인 고통의 흔적 그 얼굴 어느 곳에서도 나타나지 않고 구시렁거리지도 않은 또 다른 별의 모습으로 꽃등을 켰다 항시 화려함이 아름다움은 아니듯 은은히 존재를 밝히는 가녀린 모습 앞에 마음도 한 자락의 옷을 벗고 노오란 향기와 모습 앞에 얼룩진 내 삶을 헹군다 읽고 싶은 시 2024.04.25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읽고 싶은 시 2024.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