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759

11월의 나무처럼 / 이해인

사랑이 너무 많아도사랑이 너무 적어도사람들은 쓸쓸하다고 말하네요​보이게 보이지 않게큰 사랑을 주신 당신에게감사의 말을 찾지 못해나도 조금은 쓸쓸한 가을이에요​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내어놓은 사랑을 배우고 싶어요욕심의 그늘로 괴로웠던 자리에고운 새 한마디 앉히고 싶어요​11월의 청빈한 나무들 처럼나도 작별 인사를 잘하며갈 길을 가야겠어요 출처. 11월의 나무처럼/이해인, 작성자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4.11.14

내 마음에 그려 놓은 사람 / 이해인

내 마음에 그려 놓은마음이 고운 그 사람이 있어서세상은 살맛 나고나의 삶은 쓸쓸하지 않습니다​그리움은 누구나 안고 살지만이룰 수 있는 그리움이 있다면삶이 고독하지 않습니다​하루 해 날마다 뜨고 지고눈물 날것 같은 그리움도 있지만나를 바라보는 맑은 눈동자살아 빛나고날마다 무르익어 가는 사랑이 있어나의 삶은 의미가 있습니다​내 마음에 그려 놓은마음 착한 그 사람이 있어서세상이 즐겁고살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출처, 내 마음에 그려 놓은 사람/이해인 작성자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4.11.10

오 늘 / 구 상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그래서 나는 죽고나서 부터가 아니라오늘서 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출처] 오늘/구상|작성자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4.10.25

물염(勿染)의 시 / 나종영

​시인아시를 쓰려거든시를 그대가 쓴다고 생각하지 마시라​시는 밤하늘의 별빛과 들판의 바람 소리강가의 돌멩이와산 너머 구름의 말을 빌린 것이다​시인아 시를 만들지 마시라시는 한줄기 아침 햇살, 붉은 저녁노을시린 달빛의 언어가어린 풀벌레와 짐승의 피울음 소리를 넘어가까스로 오는 것이다​시는 어두워지는 숲속날아가는 산새들이 불러주는 상흔(傷痕)의 노래나지막한 그 숨결 그 품 안에서살아오는 것이다 [출처] 물염(勿染)의 시/나종영  작성자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4.10.24

9 월 / 헤르만 헤세

우수(憂愁) 어린 정원피어 있는 꽃에 싸느다란 비가 내린다.그러자 여름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말없이 자신의 임종을 맞이한다. 황금빛으로 물든 나뭇잎이 펄럭펄럭높다란 아카시아 나무로부터 떨어진다.그러자 여름은 깜짝 놀라 힘없는 미소를꿈이 사라지는 마당에다 보낸다. 이미 그 전부터 장미꽃 옆에서다소곳이 휴식을 기다리고 있던 여름은이윽고 천천히 그 커다란피곤에 지친 눈을 감는다.

읽고 싶은 시 2024.09.22

사람의 됨됨이 / 박경리

가난하다고 다 인색한 것은 아니다부자라고 모두가후한 것도 아니다그것은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다르다 후함으로 하여 삶이 풍성해지고인색함으로 하여 삶이궁색해 보이기도 하는데생명들은 어쨌거나서로 나누며 소통하게 돼 있다 그렇게 아니하는 존재는길가에 굴러있는 한낱 돌멩이와 다를 바 없다 나는 인색함으로 하여 메마르고보잘 것 없는 인생을 더러 보아왔다심성이 후하고 넉넉하고 생기에찬 인생도 더러 보아왔다 인색함은 검약이 아니다후함은 낭비가 아니다 인색한 사람은자기 자신을 위해 낭비하지만후한 사람은자기 자신에게는 준열하게 검약한다 사람 됨됨이에 따라 사는 세상도 달라진다후한 사람은 늘 성취감을 맛보지만인색한 사람은 먹어도 늘 배가 고프다천국과 지옥의 차이다 출처. 사람의 됨됨이 / 박경리. 작성자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4.09.22

가을비 / 도종환

​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했던 자리에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잎들이 지고 있습니다​어제 우리 사랑하고오늘 낙엽 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내일이 자리를 뜨고 나면바람만이 불겠지요​바람이 부는 동안또 많은 사람들이서로 사랑하고 헤어져 그리워하며한 세상을 살다가 가겠지요 출처. 가을비/ 도종환. 작성자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4.09.21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 이외수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서늘한 기운에 옷깃을 여미며고즈넉한 찻집에 앉아화려하지 않은 코스모스 처럼풋풋한 가을 향기가어울리는 그런 사람이 그립다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차 한 잔을 마주하며말없이 눈빛만 바라보아도행복의 미소가 절로 샘솟는 사람가을날 맑은 하늘빛 처럼그윽한 향기가 전해지는 사람이 그립다 ​찻잔 속에 향기가 녹아 들어그윽한 향기를오래도록 느끼고 싶은 사람가을엔 그런 사람이 그리워진다 ​산등성이의 은빛 억새처럼초라하지 않으면서 기품이 있는겉보다는 속이 아름다운 사람가을엔 억새처럼 출렁이는은빛 향기를 가슴에 품어 보련다  [출처]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 이외수 |작성자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4.09.20

달빛 기도 / 이해인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내좀 더 환해지기를​모난 미움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하늘보다 내 마음에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출처] 달빛 기도/이해인, 작성자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4.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