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랑이 낀 연당(蓮塘)에 꿈나무 살포시 내려앉듯 그 고요로 계십니까. 비 나리는 무주공산(無主空山) 어둑이 진 유수(幽遂) 속에 심오하게 계십니까. 산사(山寺) 뜰 파초(芭草) 그늘에 한 포기 채송화모양 애련(哀憐)스레 계십니까. 휘엉청 걸린 달 아래 장독대가 지은 그림자이듯 쓸쓸하게 계십니까. 청산(靑山)이 연장(連嶂)하여 병풍처럼 둘렀는데 높이 솟은 설봉(雪峰)인 듯 어느 절정에 계십니까. 일월(日月)을 조응(照應)하여 세월없이 흐르는 장강(長江)이듯 유연(悠然)하게 계십니까. 상강(霜降) 아침 나목(裸木) 가지에 펼쳐있는 청열(淸烈) 안에 계십니까. 석양이 비낀 황금 들판에 넘실거리는 풍요 속에 계십니까. 삼동(三冬)에 뒤져놓은 번열(煩熱) 식은 대지같이 태초의 침묵을 안고 계십니까. 허허창창(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