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향 기 / 정호승 꽃 향 기 내 무거운 짐들이 꽃으로 피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 버리고 싶었으나 결코 버려지지 않는 결국은 지금까지 버리지 못하고 질질 끌고 온 아무리 버려도 뒤따라와 내 등에 걸터앉아 비시시 웃고 있는 버리면 버릴 수록 더욱더 무거워져 나를 비틀거리게 하는 비틀거리면 비틀거.. 읽고 싶은 시 2016.06.02
5월의 노래 / 황금찬 5월의 노래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 노래하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심산 숲내를 풍기며 5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꽃잎 진 빈 가지에 사랑이 지는 것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오늘 날고 있는 제비가 작.. 읽고 싶은 시 2016.05.21
비 내리는 날 / 이해인 비 내리는 날 잊혀진 언어들이 웃으며 살아오네 사색의 못가에도 노래처럼 비 내리네 해맑은 가슴으로 창을 열면 무심히 흘러버린 일상의 얘기들이 저만치 내려졌던 이웃의 음성들이 정다웁게 빗속으로 젖어오네 잊혀진 기억들이 살아서 걸어오네 젖은 나무와 함께 고개 숙이면 내겐 처.. 읽고 싶은 시 2016.05.14
눈 물 / 이해인 눈 물 새로 돋아난 내 사랑의 풀 숲에 맺히는 눈물. 나를 속일 수 없는 한 다발의 정직한 꽃.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처럼 간절한 빛깔로 기쁠 때 슬플 때 피네. 사무치도록 아파와도 유순히 녹아 내리는 흰 꽃의 향기. 눈물은 그대로 기도가 되네. 뼛속으로 흐르는 음악이 되네. 읽고 싶은 시 2016.05.06
고래를 위하여 / 정호승 고래를 위하여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은 수평선위로 치솟아 올라 별을 바라본다 나도 가끔 내 마.. 읽고 싶은 시 2016.04.30
아 침 / 이해인 아 침 사랑하는 친구에게 처음 받는 시집의 첫장을 열듯 오늘도 아침을 엽니다 나에겐 오늘이 새날이듯 당신도 언제나 새사람이고 당신을 느끼는 내 마음도 언제나 새마음입니다 처음으로 당신을 만났던 날의 설레임으로 나의 하루는 눈을 뜨고 나는 당신을 향해 출렁이는 안타까운 강.. 읽고 싶은 시 2016.04.19
물망초 / 김춘수 물 망 초 부르면 대답할 듯한 손을 흔들면 내려올 듯도 한 그러면서도 아득히 먼 그대의 모습 하늘의 별일까요. 꽃피고 바람 잔 우리들의 그날 날 잊지 마셔요. 그 음성 오늘 따라 더욱 가까이에 들리네 들리네. 읽고 싶은 시 2016.04.12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 이해인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새들도 쉬러 가고 사람들은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겸허한 시간 욕심을 버리고 지는 해를 바라보면 문득 아름다운 오늘의 삶 눈물나도록 힘든 일이 없는 건 아니지만 견디고 싶은 마음이 고마움이 앞서네 누구라도 용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그래야 내일의 밝.. 읽고 싶은 시 2016.04.03
당신에게 / 이해인 당신에게 흠뻑 젖으실래요? 슬퍼도 울 줄 모르는 당신 기뻐도 웃을 줄 모르는 당신 오늘은 한 번 실컷 젖어보세요 젖어서 외쳐보세요 나는 젖어있다 나는 살아있다 진정 젖어서 살아 뛰는 당신의 힘찬 목소리를 나는 꼭 한 번 듣고 싶거든요 읽고 싶은 시 2016.03.27
정답(正答) 1 / 홍윤숙 정 답 (正 答) 1 - 놀이 42 세상은 풀 수 없이 흩어진 암호의 숲이었다 나는 그 알 수 없는 숲에 갇혀 흔들리는 하나의 의문부호로 서서 몰아치는 폭풍의 위험을 고작 오십 킬로 미만의 체중으로 버티며 보이지 않는 세상 저편의 미지를 향해 손끝만 스쳐도 속절없이 울리는 악기처럼 울었다.. 읽고 싶은 시 201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