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같은 사람 하나 / 홍윤숙 달 같은 사람 하나 달 같은 사람 하나 어디 없을까 보름달 아닌 반달이거나 초승달 같은 어스름 달빛처럼 가슴에 스며오고 흐르는 냇물같이 맴돌아가는 있는 듯 없는 듯 맑은 기운 은은하게 월계수 향기로 다가왔다가 그윽한 눈길 남기고 돌아가는 큰소리로 웃지 않고 잔잔한 미소로 답.. 읽고 싶은 시 2016.12.07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므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 읽고 싶은 시 2016.11.27
가을 햇볕에 / 김남조 가을 햇볕에 보고 싶은 너 가을 햇볕에 이 마음 익어서 음악이 되네 말은 없이 그리움 영글어서 가지도 휘이는 열매 참다 못 해 가슴 찟고 나오는 비둘기떼들 들꽃이 되고 바람 속에 몸을 푸는 갈숲도 되네 가을 햇볕에 눈물도 말려야지 가을 햇볕에 더욱 나는 사랑하고 있건만 말은 .. 읽고 싶은 시 2016.11.20
사랑의 노래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사랑의 노래 바라만 보아도 좋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느낄 수만 있어도 행복한 이가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어떠한 고통이나 절망이 가슴을 어지럽혀도 언제나 따뜻이 불 밝혀주는 가슴 속의 사람 하나 간직해 둔 마음이 있다는 것은 소중합니다. 한번도 드러.. 읽고 싶은 시 2016.11.14
가을이 물들어 오면 / 이해인 가을이 물들어 오면 가을이 물들어 오면 내 사랑하는 사람아 푸르고 푸른 하늘을 보러 들판으로 나가자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그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살며시 와 닿는 그대의 손을 잡으면 입가에 쏟아지는 하얀 웃음에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기뻐할까 가을이 물들어 오면 내 사랑하는.. 읽고 싶은 시 2016.11.08
시 인 (詩 人) / 김광균 시 인 ( 詩 人 ) 꽃은 피는 대로 보고 사랑은 주신 대로 부르다가 세상에 가득한 물건 조차 한 아름 안아 보지 못해서 전신을 다 담아도 한 편에 二천원 아니면 三천원 가치와 값이 다르건만 더 손 내밀지 못하는 천직 늙어서까지 아껴서 어릿궂은 눈물의 사랑을 노래하는 젊음에서 늙음까.. 읽고 싶은 시 2016.10.23
꽃을 보려고 / 정호승 꽃을 보려고 꽃씨 속에 숨어있는 꽃을 보려고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립니다 꽃씨 속에 숨어있는 잎을 보려고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립니다 꽃씨 속에 숨어있는 엄마를 만나려고 내가 먼저 들에 나가 봄이 됩니다 읽고 싶은 시 2016.10.18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 / 이해인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 어디에 숨어 있다가 이제야 달려오는가 함께 있을 땐 잊고 있다가도 멀리 떠나고 나면 다시 그리워지는 바람 처음 듣는 황홀한 음악처럼 나뭇잎을 스쳐가다 내 작은 방 유리창을 두드리는 서늘한 눈매의 바람 여름 내내 끊어오르던 내 마음을 식히며 이제 바람.. 읽고 싶은 시 2016.10.08
사 랑 / 정호승 사 랑 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 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 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 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 모든 애인들이 끝끝내 지키는 깨끗한 눈물 오늘도 나는 그대를 사랑하는 날보다 원망하는 날들이 더 많았나니 창 밖에 가난한 등불 하나 .. 읽고 싶은 시 2016.09.27
침 묵 / 이해인 침 묵 맑고 깊으면 차가워도 아름답네 침묵이란 우물 앞에 혼자 서보자 자꾸자꾸 안을 들여다보면 먼 길 돌아 집으로 온 나의 웃음소리도 들리고 이끼 낀 돌층계에서 오래오래 나를 기다려온 하느님의 기쁨도 찰랑이고 "잘못 쓴 시간들은 사랑으로 고치면 돼요" 속삭이는 이웃들이 내게 .. 읽고 싶은 시 2016.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