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 화 / 김남조 평 화 누구라도 그를 부르려면 속삭임으론 안 된다 자장가처럼 노래해도 안 된다 사자처럼 표효하며 평화여, 아니 더 크게 평화여, 천둥 울려야 한다 그 인격과 품위 그의 출중한 아름다움 그가 만인의 연인이며 새 천년 이쪽저쪽의 최고 인물인 평화여 평화여 부디 오십시오라고 피멍 무.. 읽고 싶은 시 2016.09.12
널 위해서 시가 쓰여질 때 / 조병화 널 위해서 시가 쓰여질 때 널 위해 시가 쓰여질 때 난 행복했다. 네 어둠을 비칠 수 있는 말이 탄생하여 그게 시의 개울이 되어 흘러 내릴 때 난 행복했다. 널 생각하다가 네 말이 될 수 있는 그 말과 만나 그게 가득히 꽃이 되어 아름다운 시의 들판이 될 때 난 행복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 읽고 싶은 시 2016.09.05
야영하는 깃발 / 김남조 야영하는 깃발 오늘도 해 저물어 사람들 저마다 제 집으로 가고 집 없는 이도 외로움 데리고 어디론가 스며들었다 외등보다 얼마 높은 공중에서 펄럭펄럭 숨쉬는 깃발 - 살아 있고 살아야 한다는 지상의 독백들이 꽃씨처럼 날아올라 펄럭펄럭 함께 호흡하니 잘은 모르겠으나 칼집에서 나.. 읽고 싶은 시 2016.08.29
꽃 / 박두진 꽃 이는 먼 해와 달의 속삭임 비밀한 울음. 한 번만의 어느 날의 아픈 피 흘림. 먼 별에서 별에로의 길섶 위에 떨궈진 다시는 못 돌이킬 엇갈림의 핏방울. 꺼질 듯 보드라운 황홀한 한 떨기의 아름다운 정적(靜寂). 펼치면 일렁이는 사랑의 호심(湖心)아. 읽고 싶은 시 2016.08.23
엉겅퀴의 기도 / 이해인 엉겅퀴의 기도 제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가겠습니다 누구에게든지 가서 벗이 되겠습니다 참을성있는 기다림과 절제 있는 다스림으로 가시속에서도 꽃을 피워낸 큰 기쁨을 님에게 드리겠습니다 불길을 지난 사랑속에서만 물같은 삶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음을 내게 처음으로 가르쳐준.. 읽고 싶은 시 2016.07.31
면류관 / 김남조 면 류 관 가시나무의 가시 많은 가지를 머리 둘레 크기로 둥글게 말아 하느님의 머리에 사람이 두 손으로 씌워드린 가시 면류관 너희가 준 것은 무엇이든 거절치 않노라고 이천 년 오늘까지 하느님께선 그 관을 쓰고 계신다 읽고 싶은 시 2016.07.13
축 복 / 피천득 축 복 나무가 강가에 서 있는 것은 얼마나 복된 일일까요 나무가 되어 나란히 서 있는 것은 얼마나 복된 일일까요 새들이 하늘을 나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일까요 새들이 되어 나란히 나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일까요 읽고 싶은 시 2016.07.05
이 순간 / 피천득 이 순 간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 9교향곡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 한.. 읽고 싶은 시 2016.06.30
창 밖은 오월인데 / 피천득 창 밖은 오월인데 창 밖은 오월인데 너는 미적분을 풀고 있다 그림을 그리기에도 아까운 시간 라일락 향기 짙어가는데 너는 아직 모르나 보다 잎사귀 모양이 심장인 것을 크리스탈 같은 美라 하지만 정열보다 높은 기쁨이라 하지만 수학은 아무래도 수녀원장 가시에도 장미 피어나는데 '.. 읽고 싶은 시 2016.06.22
넘어짐에 대하여 / 정호승 넘어짐에 대하여 나는 넘어질 때마다 꼭 물 위에 넘어진다 나는 일어설 때마다 꼭 물을 짚고 일어선다 더 이상 검은 물속 깊이 빠지지 않기 위하여 잔잔한 물결 때로는 거친 삼각파도를 짚고 일어선다 나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할 때만 꼭 넘어진다 오히려 넘어지고 있으면 넘어지지 않는.. 읽고 싶은 시 201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