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비와 인생 / 피천득

윤소천 2017. 7. 19. 13:18


비와 인생





삶이란! 우산을 펼쳤다 접었다 하는 일이요.

죽음이란! 우산이 더 이상 펼쳐지지 않는 일이다.


성공이란! 우산을 많이 소유하는 일이요.

행복이란! 우산을 많이 빌려주는 일이고

불행이란! 아무도 우산을 빌려주지 않는 일이다.


사랑이란! 한쪽 어깨가 젖는데도

하나의 우산을 둘이 함께 쓰는 것이요.

이별이란! 하나의 우산 속에서 빠져나와

각자의 우산을 펼치는 일이다.


여인이란! 비오는 날 우산 속 얼굴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요.

부부란! 비 오는 날 정류장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리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비를 맞으면서 혼자 걸어갈 줄 알면

인생의 멋을 아는 사람이요.


비를 맞으면서 혼자 걸어가는 사람에게

우산을 내밀 줄 알면

인생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비요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우산이다.


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의 우산이 되어줄 때

한 사람은 또 한 사람의 마른 가슴에 단비가 됩니다.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법 / 강은교  (0) 2017.08.14
독산해경(讀山海經) / 도연명(陶淵明)  (0) 2017.07.27
그리운 목소리 / 정호승  (0) 2017.07.11
개안(開眼) / 박목월  (0) 2017.07.07
가난한 사람에게 / 정호승  (0) 2017.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