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일 / 나태주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굽은 길은 굽게 가고곧은 길은 곧게 가고막판에는 나를 싣고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제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물총새, 쪽빛 날갯짓도 보았으므로.이제 날 저물려 한다 길바닥에 떠돌던 바람은 잠잠해지고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출처 : 사는 일 / 나태주. 작성자 소천의 샘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