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연가 / 이해인 봄의 연가 우리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겨울에도 봄 여름에도 봄 가을에도 봄 어디에나 봄이 있네 몸과 마음이 많이 아플수록 봄이 그리워서 봄이 좋아서 나는 너를 봄이라고 불렀고 너는 내게 와서 봄이 되었다 우리 서로 사랑하면 살아서도 죽어서도 언제라도 봄 읽고 싶은 시 2015.07.12
춘분 일기 / 이해인 춘 분 일 기 바람이 불 듯 말 듯 꽃이 필 듯 말 듯 해마다 3월 21일은 파밭의 흙 한 줌 찍어다가 내가 처음으로 시를 쓰는 날입니다 밤과 낮의 길이가 똑같다구요? 모든 이에게 골고루 사랑을 나누어주는 봄 햇살 엄마가 되고 싶다고 춘분이면 밤낮 길이 똑같아서 공평한 세상의 누이가 되고.. 읽고 싶은 시 2015.07.08
봄 햇살 속으로 / 이해인 봄 햇살 속으로 긴 겨울이 끝나고 안으로 지쳐 있던 나 봄 햇살 속으로 깊이깊이 걸어간다 내 마음에도 싹을 틔우고 다시 웃음을 찾으려고 나도 한 그루 나무가 되어 눈을 감고 들어가고 또 들어간 끝자리에는 지금껏 보았지만 비로소 처음 본 푸른 하늘이 집 한 채로 열려 있다 읽고 싶은 시 2015.07.04
풀꽃의 노래 / 이해인 풀꽃의 노래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굳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좋아 바람이 날 데려가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새롭게 태어날 수 있어 하고 싶은 모든 말들 아껴둘 때마다 씨앗으로 영그는 소리를 듣지 너무 작게 숨어 있다고 불완전한 것은 아니야 내게도 고운 이름이 있음을 사람들은 .. 읽고 싶은 시 2015.06.29
길에 뒹구는 저 작은 돌 / 에밀리 디킨스 길에 뒹구는 저 작은 돌 길에서 혼자 뒹구는 저 작은 돌 얼마나 행복할까 세상 출셀랑 아랑곳 없고 급한 일 일어날까 두려움 없네 천연의 갈색 옷은 지나던 어느 우주가 입혀줬나 혼자 살며 홀로 빛나는 태양처럼 다른 데 의지함 없이 꾸미지 않고 소박하게 살며 하늘의 뜻을 온전히 따르.. 읽고 싶은 시 2015.06.25
애 타는 가슴 하나 달랠 수 있다면 / 에밀리 디킨스 애 타는 가슴 하나 달랠 수 있다면 애 타는 가슴 하나 달랠 수 있다면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한 생명의 아픔 덜어줄 수 있거나 괴로움 하나 달래 줄 수 있다면 헐떡이는 작은 새 한 마리 도와 둥지에 다시 넣어줄 수 있다면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읽고 싶은 시 2015.06.21
나를 만나러 너에게 간다 / 유안진 나를 만나러 너에게 간다 하마터면 밟을 뻔한 풀밭 귀퉁이 끝에 초등학교적 화단의 채송화 피었다. 붉고 흰 꽃송이를 정수리 층층으로 피워 올린 접시꽃 발치쯤, 샛빨간 벼슬모자 높이 쓴 맨드라미 뒷꿈치에서, 그냥 잡풀 앉은뱅이꽃 채송화가 지상에서 지하와 가장 가까운 곳에, 땅위에.. 읽고 싶은 시 2015.06.18
꽃으로 잎으로 / 유안진 꽃으로 잎으로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한 곳이며 뭐니뭐니 해도 사랑은 아름답다고 돌아온 꽃들 낯 붉히며 소근소근 잎새들도 까닥까닥 맞장구 치는 봄날 속눈썹 끄트머리 아지랑이 얼굴이며 귓바퀴에 들리는 듯 그리운 목소리며 아직도 아직도 사랑합니다. 꽃지면 잎이 돋듯 사랑진 그 자.. 읽고 싶은 시 2015.06.14
밤 / 유안진 밤 밤에는 웬지 죄송스러워집니다 그지없이 그지없이 죄송할 뿐이라고 감히 아뢰옵니다. 부끄러움 무릅쓰고 잘못 살아왔다고 고백하게 됩니다. 입이 아닌 가슴으로 심장으로 다만 아뢰옵고 고백하게 됩니다. 가장 초라한 모양으로서도 순진하고 진실할 수 있는 밤에는 마음밖의 모든 것.. 읽고 싶은 시 2015.06.11
바다에서 바다를 못 읽다 / 유안진 바다에서 바다를 못 읽다 바다에 와서 바다를 읽어봤다. 바다의, 망망함을 물빛을 물비늘을 깊이를 수평선을 파도를 해일을...... 물의 변신 물의 언어를, 물에 쓰이는 상형문자를, 해독할 수 없는 태초의 말씀을, 방대한 바이블을 태초의 언어로 된 태초의 경전 창조신의 말씀책을 알아 못.. 읽고 싶은 시 201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