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시 인 (詩 人) / 김광균

윤소천 2016. 10. 23. 12:43



시 인  ( 詩 人 )




꽃은 피는 대로 보고

사랑은 주신 대로 부르다가

세상에 가득한 물건 조차

한 아름 안아 보지 못해서

전신을 다 담아도

한 편에 二천원 아니면 三천원

가치와 값이 다르건만

더 손 내밀지 못하는 천직


늙어서까지 아껴서

어릿궂은 눈물의 사랑을 노래하는

젊음에서 늙음까지 장거리의 고독

컬컬하면 술 한 잔 더 마시고

터덜터덜 가는 사람


신이 안 나면 보는 척도 안 하다가

쌀알만한 빛이라도 영원처럼 품고


나무와 같이 서면 나무가 되고

돌과 같이 앉으면 돌이 되고

흐르는 냇물에 흘러서

자국은 있는데

타는 노을에 가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