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인 ( 詩 人 )
꽃은 피는 대로 보고
사랑은 주신 대로 부르다가
세상에 가득한 물건 조차
한 아름 안아 보지 못해서
전신을 다 담아도
한 편에 二천원 아니면 三천원
가치와 값이 다르건만
더 손 내밀지 못하는 천직
늙어서까지 아껴서
어릿궂은 눈물의 사랑을 노래하는
젊음에서 늙음까지 장거리의 고독
컬컬하면 술 한 잔 더 마시고
터덜터덜 가는 사람
신이 안 나면 보는 척도 안 하다가
쌀알만한 빛이라도 영원처럼 품고
나무와 같이 서면 나무가 되고
돌과 같이 앉으면 돌이 되고
흐르는 냇물에 흘러서
자국은 있는데
타는 노을에 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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