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침 묵 / 이해인

윤소천 2016. 9. 19. 04:26


침       묵




맑고 깊으면

차가워도 아름답네


침묵이란 우물 앞에

혼자 서보자


자꾸자꾸 안을 들여다보면

먼 길 돌아 집으로 온

나의 웃음소리도 들리고


이끼 낀 돌층계에서

오래오래 나를 기다려온

하느님의 기쁨도 찰랑이고


"잘못 쓴 시간들은

사랑으로 고치면 돼요"


속삭이는 이웃들이

내게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고


고마움에 할 말을 잊은

나의 눈물도

동그랗게 반짝이네


말을 많이 해서

죄를 많이 지었던 날들

잠시 잊어버리고


맑음으로

맑음으로 깊어지고 싶으면

오늘도 고요히

침묵이란 우물 앞에 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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