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봄에게 / 김남조

윤소천 2019. 3. 8. 08:39

 

 

아무도 안 데려오고

무엇하나 들고 오지 않는

봄아.

해마다 해마다

혼자서 빈 손으로만 다녀가는

봄아.

오십 년 살고나서 바라보니

맨 손 맨 발에 포스스한 맨 머릿결

정녕 그 뿐인데도

참 어여쁘게 잘도 생겼구나

봄아.

 

 

잠시 만나

수삼 년 마른 목을 축이고

잠시 찰나에

평생의 마른 목을 축이고

봄 햇살 질펀한 데서

인사라고 나뉘니

이젠 저승길 목마름만 남았구나

 

봄이여

이승에선 제일로

꿈만 같은 꿈만 같은 햇빛 안에

나는 왔는가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