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와 불안 / 구상
소외疎外란 말이 유행어처럼 쓰이어지고 있다. 그 어원을 라틴어에서 찾아보면, 타인화他人化 현상을 뜻한다고 한다. 즉 한 인간을 타인을 가지고도 대체할 수 있는 존재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상식적으로 다 아는 이야기지만, 인간이 스스로의 생활향상을 위해 만들고 기록한 기계나, 이념이나, 제도나, 조직이 거꾸로 인간 생활을 지배하기에 이르러 도리어 인간을 그 도구나 예속물로 만들어 버리려는 인간현상을 소외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저러한 인간의 정신이나 정서와 그 과학과 기술의 균형 상실에서 오는 소외현상 보다, 인간이 근원적 차원에서 지닌 소외의식을 좀 살펴볼까 한다. 시인 폴 끌로델은 그의 작품 의 머리말에서, “나는 여기 있다, 아무 것도 모르고 허청대고 있다. 아지 못할 소외속의 소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