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 / 오세영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의 발성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내 영혼의 현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