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海馬)
아무래도 나는 너무 환한 곳
사방이 물비누로 정갈히 씻은 본 차이나 같은
실하고 눈부신 곳으로는 못 가리.
멸종 위기의 동물답게
막 어둡기 전 거리를 채 뜨지 못하고
짐말처럼 한세상 터벅터벅 걸어온 다리는
동그랗게 오므리고, 고개 약간 숙이고
겨울 저녁
뿔뿔이 제 갈 길 가는 사람들 위에 나직이
잘 뵈지 않게 떠서
혹 아는 이를 만나면 숙인 머리 더 숙이고
길에서 벗어나지 않고 벗어나
가볍게 떠돌리.
느린, 늘인 걸음으로.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하나 / 도종환 (0) | 2014.06.12 |
---|---|
부석사 무량수전에는 누가 사는가? / 황동규 (0) | 2014.06.10 |
깊은 잠 / 신달자 (0) | 2014.06.04 |
수 필 / 신달자 (0) | 2014.06.02 |
초여름의 꿈 / 황동규 (0) | 2014.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