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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선물 / 사무엘 울만

나는 가시나무가 없는 길을 찾지 않는다 슬픔이 사라지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해가 비치는 날만 찾지도 않는다 여름 바다에 가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햇빛 비치는 영원한 낮만으로는 대지의 초록은 시들고 만다 눈물이 없으면 세월 속에 마음은 희망의 봉우리를 닫는다 인생의 어떤 곳이라도 정신을 차려 갈고 일군다면 풍요한 수확을 가져다주는 것이 손이 미치는 곳에 많이 있다

읽고 싶은 시 2022.07.17

무월*에서 / 전 숙

첩첩한 달빛과 눈 맞추고 귀 맞추어 사랑이라는, 그 가늠할 수 없는 우주가 열리면 대숲도 귀가 열려 하르르하르르 돌담과 속삭이지 등줄기 서늘할 때 무작정 달려가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손길에 등을 맡기면 고향집 구들처럼 훈김이 돌지 허기진 마음을 쩍쩍 벌리면 사랑이라는 먹이가 쑥쑥 들어오는 무월이라는 예쁜 이름 * 담양의 마을 이름

읽고 싶은 시 2022.07.13

내가 알아보잖아요 / 전 숙

날마다 같은 장소에서 내리는 할아버지 버스 기사님이 여쭙는다 어르신, 날마다 어디를 그렇게 가세요? 저 앞에 있는 요양원에 갑니다 거기 누가 계세요? 우리 마누라가 있지요 어르신을 알아보세요? 아니요 알아보지도 못하는데 날마다 뭐 하러 가세요? 내가 알아보잖아요 생이란 멍에 같은 십자가를 지고 가는 여정 자신에게 지워진 십자가의 문장을 어떻게 독서하느냐에 생의 빛깔이 달라진다 운 좋게도 그날 아침 버스에서 세상에서 가장 뭉클한 십자가를 만났다.

읽고 싶은 시 2022.07.01

명옥헌* 피에타 / 전 숙

삼복더위에 염화를 풀겠다고 작정한 듯 여름이 폭발한다 온몸이 타오르는 그 열기에 누구라도 델까 봐 맨몸으로 여름의 파편을 다 받아낸 명옥헌 백일홍 생살에 박힌 파편이 꽃으로 핀다 숭얼숭얼 상처가 피어있다 옥처럼 울먹이는 백일홍의 상처 백일을 울어야 상처가 나을 것이다 꽃나무 성인을 호수 성모가 끌어안고 있다 * 담양군 고서면의 정자

읽고 싶은 시 2022.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