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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월 / 오세영

바람은 봄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네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돌은 돌더러 길이라하는데 눈먼 나는 아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막힐 듯 숨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읽고 싶은 시 2022.06.13

그렇게 사랑할 수 있다면 / W. 데인

나를 버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사랑하고 이별하는 순간마다 그대를 버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상처받고 외로워하던 순간마다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답니다 그렇게 사랑할 수 있다면 나를 버리는 것에 용기를 낼 수 있다면 잘려나간 가지 위에서 새순이 돋아나듯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아픔 속에서 다시 돋아날 수 있다면 나를 버려 그대가 다시 태어나고 그대가 조금만 더 자신을 죽임으로 내가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읽고 싶은 시 2022.06.08

아버지의 나이 / 정호승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줄 알게 되었다나무에 기대여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절벽을 휘감아 돌때가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해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서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내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읽고 싶은 시 2022.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