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내가 알아보잖아요 / 전 숙

윤소천 2022. 7. 1. 07:16

 

 

 

 

날마다 같은 장소에서 내리는 할아버지

버스 기사님이 여쭙는다

 

어르신, 날마다 어디를 그렇게 가세요?

저 앞에 있는 요양원에 갑니다

거기 누가 계세요?

우리 마누라가 있지요

어르신을 알아보세요?

아니요

알아보지도 못하는데 날마다 뭐 하러 가세요?

 

내가 알아보잖아요

 

생이란 멍에 같은 십자가를 지고 가는 여정

자신에게 지워진 십자가의 문장을

어떻게 독서하느냐에

생의 빛깔이 달라진다

운 좋게도 그날 아침 버스에서

세상에서 가장 뭉클한 십자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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