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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늘 새로움으로 살아있다 / 윤소천

무서리에도 꽃을 피우던 국화가 마지막 지고 나니 누렇게 바랜 잔디위, ​쌓인 낙엽만이 바스락대는 뜰이 황량하기만하다. 제 소임을 다하고 빈 가지로 서 있는 나무들은 자연의 순환를 따라 이제 뿌리로 내려 앉아 새로운 봄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 겨울 근처 산에서 옮겨 심은 담 밑 산죽과 소나무 만이 푸르러 한층 돋보인다. 어제는 한쪽에 모아 심어놓은 산죽을 나누어 대문 양편 잘 보이는 곳에 옮겨 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봄이 엊그제 같고 신록이 눈부시어 풍성했던 여름 그리고 색색의 단풍으로 ​ 물들은 가을이 엊그제인 듯한데, 벌써 겨울의 한복판에 와있다. 자연은 이렇게 한 순간도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날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새날을 연다. 이 자연 안에서 숨을 쉬며 사는 우리 인간의 삶 또한 이와 ..

소천의 수필 2013.11.22

무등의 노래 / 고은

한밤중 고개 숙인 물의 머리를 들어서 듣거라. 무등이 무등만한 소리로 쾅,쾅,쾅, 부르짖는도다. 한밤중 곯아떨어진 흙들아 그 소리에 깨어나 거기 묻힌 주야장천(晝夜長川)의 백골(白骨)도 듣거라. 어느 것 하나인들 우리 포한(抱恨) 우리 억수(億水) 비바람 한밤중 고개 숙인 물의 머리를 들어서 너도 나도 비바람으로 몰려가 밤새도록 우리 동편제(東便制) 무등 함성(喊聲)이 되는도다. 낮의 사람아 나주(羅州) 다시(多侍) 처녀야 보아라. 한여름 초록 귀 막고 광산(光山) 들판 어디에 에비 에미도 없는 자식들 떠돌아다니던가. 구름 조각 하나도 서릿발 같은 기쁨으로 삼키고 극락강(極樂江) 영산강(榮山江)이 눈을 부비며 에비 에미의 평생으로 우러러보는도다. 무등이여 날이 날마다 거기 있어 아침 햇살 삼천장(三千丈)..

읽고 싶은 시 2013.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