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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의 극치 / 황동규

​ 소유와 소유욕이 얽히고 설킨 세상에 살다 보면, 무소유의 세계가 그리워지고, 무소유의 삶을 온몸으로 살다 간 선인들이 그리워지곤 한다. 우리나라에도 원효나 김시습 같은 무소유의 멋쟁이 구걸승이나 방랑자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무리지어 살았던 시기와 장소는 당나라 후기와 송나라 초기의 중국이 아니었나 싶다. 그때 한산(寒山)이나 방거사(龐居士) 같은 명품은 말할 것도 없고 오가(五家) 칠종(七宗)의 거의 모든 선승들이 소유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삶을 살았던 것이다. 선승들의 이야기는 거의 다 개성 있는 빛을 지니고 있다. ]그 많은 독특한 빛들 속에 가장 강렬한 것 가운데 하나는 조주(趙州)스님과 투자(投子) 스님 사이의 첫 만남 장면이다. 당시 조주는 맨몸으로 방랑을 하고 있었고 투..

마음의 구멍 / 구 상

​ 내 마음 저 깊이 어디 한 구멍이 뚫려 있어 ​ 저 허공과 아니 저 무한과 저 영원과 맞닿아서 ​ 공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는 그곳으로부터 ​ 신기한 바람이 불어온다. 신비한 울림이 울려온다. 신령한 말씀이 들려온다. ​ 나는 어린애가 되어 말 이전의 말로 이에 응답할 제 ​ 온 세상 모든 것이 제 자리서 제 모습을 하고 총총한 별이 되어 빛을 뿜으며 ​ 나는 나의 불멸을 실감하면서 삶의 덧없음이 오히려 소중해지며 더없이 행복하구나

읽고 싶은 시 2023.08.14

그대 있음에 / 김남조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내 맘이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것의 외롭고 고단함 그대 있음에 사람의 뜻을 배우니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그 빛에 살게 해

읽고 싶은 시 2023.08.12

오월의 향기 / 윤소천

길을 가다 보랏빛 꽃을 주워 향을 맡는다. 처음 맡아보는 매콤하면서 달콤하고 상큼한 향이 깊고 은은하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제멋에 뻗은 가지에 작은 종모양의 꽃들이 송이송이맺혀있다. 이 청사초롱 같은 꽃 타래를 흔들면 종소리가 멀리 울려 퍼질 것 같다.​오동꽃의 보라색은 시바의 여왕이 입었다는보랏빛 드레스를 연상케 하고, 넓은 초록 잎은심장을 닮아 초록심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나는 오동꽃의 고상한 색과 향기에 취해 손이 닿는 한 가지를 꺾어와 화병에 꽂았다. 이 향기에 내가 좋아하던 시詩가 떠올랐다.​"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 노래하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 심산 숲내를 풍기며 /5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 / 오월은 사월보다 정다운 달 / 병풍에 그려있던 ..

소천의 수필 2023.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