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은 상추쌈이다. 오뉴월 텃밭에서 우둑우둑 뜯어다가 생물에 헹궈낸 상추잎을 몇 잎씩 포개 놓고 찬밥 한 술에 된장, 풋고추를 툭 부질러 얹어 아귀 미어지게 눈 부릅뜨며 움질움질 씹는 그 삽상한 맛이야! 요즘 세상에 그 흔한 로스구이 고깃점을, 드레스같이 넓은 온상재배 상추잎에 감아 먹는 브르조아의 맛과도 다른 쌉싸래함이 곁들인 텃밭 상추의 맛! 여름 낮에 밭을 매던 할머니가 목화밭 고랑에서 뽑아 온 연한 열무 잎을 쌈해 먹는 푸성귀 맛도 거기에 버금가게 상큼한 맛이다. 한국의 수필은 떫지가 않다. 몽테뉴의 수필은 우리에게 위압감을 주고, 찰스 램의 그것은 우리를 당혹하게도 하지만, 김진섭의 수필은 우리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린위탕(林語堂)이 사색과 유머의 중간에선 변설(辨舌)이었다면, 이양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