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의 몸에 두 개쯤의 사리를 가지고 있다 태어나 처음으로 세상을 보던 순간에서 열두 대문을 열고 다시 열두 계곡을 휘돌아 다시 일천 대문을 밀며 더 깊어지는 눈(眼) 어쩌다 발 헛디뎌 으윽 허리가 꺽일 때 어둠 속에서 더 번뜩이는 빛으로 남아 있던 눈 태우면 태워져 사라지는 사리도 있는 것이다 쨍그랑 소리 한 번 없이 사라지는 사리도 있는 것이다 너에게도 나에게도 있는 몸의 열매 그것은 사라지면서 별에 포개질 것이다 늙은 사람들의 눈을 보라 절벽에 떨어진 듯 쭈글쭈글한 주름이 싸고 있는 눈 쭈그러진 주름 안에 나무 관세음이 있다 세상사 두루 본 생의 이력으로도 그 눈은 사리가 되리 태우면 태워져 사라지면서 온 세상을 밝히는 사리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