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사리(舍利) / 신달자

윤소천 2014. 3. 21. 22:42

 

 

 


누구나 자신의 몸에 두 개쯤의 사리를 가지고 있다

 

태어나 처음으로 세상을 보던 순간에서

 

열두 대문을 열고 다시 열두 계곡을 휘돌아

 

다시 일천 대문을 밀며 더 깊어지는 눈(眼)

 

어쩌다 발 헛디뎌 으윽 허리가 꺽일 때

 

어둠 속에서 더 번뜩이는 빛으로 남아 있던 눈

 

태우면 태워져 사라지는 사리도 있는 것이다

 

쨍그랑 소리 한 번 없이 사라지는 사리도 있는 것이다

 

너에게도 나에게도 있는 몸의 열매

 

그것은 사라지면서 별에 포개질 것이다

 

늙은 사람들의 눈을 보라

 

절벽에 떨어진 듯 쭈글쭈글한 주름이 싸고 있는 눈

 

쭈그러진 주름 안에 나무 관세음이 있다

 

세상사 두루 본 생의 이력으로도 그 눈은 사리가 되리

 

태우면 태워져 사라지면서 온 세상을 밝히는 사리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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