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톳제비는 익살맞은 장난꾸러기여서 두려운 대상이 아니라 놀이 친구처럼 정이 간다. 일본의 도깨비는 그 모양부터 사납고 흉하며 인간들에게 약탈과 살인까지 범하는 악귀인 데 비해 우리의 톳제비는 너무도 착하다. 술 취한 남자가 밤새도록 톳제비와 씨름을 하다 날이 센 뒤에 보니 버려진 디딜방아나 헌 빗자루였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오랜 세월 서로 몸을 비비며 사용해 온 빗자루나 디딜방아 같은 연장을 불에 태워 없애지 않는다. 그것들은 비록 나무토막이나 수수 대궁이긴 하지만 사람들을 위해 오랜 세월 수고해 준 것이니 함부로 다루지 못하는 영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신神이 되듯이, 사람을 위해 수고해 준 연장도 그 수명이 다하면 차이는 두지만 역시 신으로 인정해 준 우리네 조상들의 마음씨가 너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