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무얼 더 안다 하랴. 저 맑은 어스름 속으로 막 지워지려 하는 무릎이 안개에 걸려 채 사라지지 않고 있는 저 조그만 간이역簡易驛, 안개 밖으로 잘못 얼굴 내민 코스모스 몇 송이 들켜서 공중에 떠있다. 한 줄기 철길이 숨죽이고 있다. 아 이 찰나 이 윤곽, 어떤 추억도 끼여들 수 없는, 새 한 마리 그림자처럼 느릿느릿 지나간다. 윤곽 모서리가 순간 예민해지고 눈 한번 감았다 뜨자 아 가벼운 지워짐! 이 가벼움을 나는 어떤 은유, 내 삶보다 더 X레이 선명한, 삶의 그릇 맑게 부신, 신선한 물음으로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