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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대한 예의 / 정호승

가장 먼저 어머니의 손등에 입을 맞출 것 하늘 나는 새를 향해 손을 흔들 것 일 년에 한 번쯤은 흰 눈송이를 두 손에 고이 받을 것 들녘에 어리는 봄의 햇살은 손안에 살며시 쥐어볼 것 손바닥으로 풀잎의 뺨은 절대 때리지 말 것 장미의 목을 꺾지 말고 때로는 장미가시에 손가락을 찔릴 것 남을 향하거나 나를 향해서도 더 이상 손바닥을 비비지 말 것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지폐를 헤아리지 말고 눈물은 손등으로 훔치지 말 것 손이 멀리 여행 가방을 끌고 갈 때는 깊이 감사할 것 더 이상 손바닥에 못 박히지 말고 손에 피 묻히지 말고 손에 쥔 칼은 항상 바다에 버릴 것 손에 많은 것을 쥐고 있어도 한 손은 늘 비워둘 것 내 손이 먼저 빈손이 되어 다른 사람의 손을 자주 잡을 것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책을 쓰다듬고..

읽고 싶은 시 2014.03.28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신 / 도종환

청년시절 나는 공산주의의 이상에 빠졌습니다 젊은 나에게 정의와 평등은 거역할 수 없는 가치였습니다 그러나 어떤 모형을 사회에 강제로 도입하기 위해 인간적 가치들을 버려야 한다면 그것 또한 폭력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데 내 생애 전체가 걸렸습니다 내가 자유의 복구를 시작하였지만 이 이데올로기 공백을 자본의 물결로 덮어버리는 걸 찬성하진 않습니다 자유도 사람과 자연과 사회의 원리와 통합하면서 착실하게 길 밞아나가야 합니다 지금 우리 민중은 영감도 잃고 지도자도 잃고 변화에 참여할 마당도 잃었습니다 어려운 시대에 나는 농부였던 우리 부모가 내게 물려준 상식을 잊지 않았습니다 상식은 균형과 절제에 대한 감각이기도 합니다 흙에 대한 애정은 내게 굴하지 않는 정신과 지혜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소박함과 겸손함, 함께 노..

읽고 싶은 시 2014.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