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길로 오라
눈을 맞으며 오라
눈 속에 눈처럼 하얗게 얼어서 오라
얼어서 오는 너를 먼 길에서 맞으면
어쩔까 나는 향기로이 타오르는 눈 속의 청솔가지
스무 살 적 미열로 물드는 귀를
한 자쯤 눈 쌓이고, 쌓인 눈밭에
아름드리 해 뜨는 진솔길로 오라
눈 위에 눈 같이 쌓인 해를 밞고 오라
해 속에 박힌 까만 꽃씨처럼
오는 너를 맞으면
어쩔까 나는 아질아질 붉어지는 눈밭의 진달래
석 달 열흘 숨겨온 말도 울컥 터지고
오다가다 어디선가 만날 것 같은
설레는 눈길 위에 자라 온 꿈
삼십 년 그 거리에
바람은 청청히 젊기만 하고
눈발은 따뜻이 쌓이기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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