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버릴 수 있는 자존심이 너무 많은 게 탈이었다
돈과 혁명 앞에서는 가장 먼저 가장 큰 자존심을 버려야했다
버릴 수 없으면 죽이기라도 해야 내가 사는 줄 알았다
칼을 들고 내 자존심의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가
자객처럼 자존심의 심장에 칼을 꽂아도
자존심은 늘 웃으면서 산불처럼 되살아났다
어떤 자존심도 도끼로 뿌리까지 내리찍어도
산에 들에 나뭇가지처럼 파랗게 싹이 돋았다
버릴 수 있는 자존심이 너무 많아서 슬펐던 나의 일생은
이미 눈물로 다 지나가고
이제 마지막 하나 남은
죽음의 자존심은 노모처럼 성실히 섬겨야한다
자존심에도 눈이 내리고 꽃이 피는지
겨울새들이 찾아와 맛있게 먹고 가는
산수유 붉은 열매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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