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뜰은 황량하고 을씨년스럽다.
추위를 견디며 나와 함께 겨울을 나는 나무들,
지난 늦가을 한 잎 두 잎 잎을 떨쳐내더니
이제는 차가운 하늘 아래 알몸으로 매서운 북풍과
눈보라를 맞으며 추위를 이겨내고 있다.
이를 보고 있으면 다가올 새봄을 기다리는
나무의 인내와 견고함이 느껴진다.
나무 가까이 다가가 보면 겨울잠을
자는 나무들이 어느새 새봄을 준비하고 있다.
단풍은 벌써 떨켜에 틔울 싹을 마련하고
있고, 매화는 어느새 꽃눈을 틔우고 있다. 그리고
붓끝 같은 목련의 봉오리는 하늘을 향해있다.
단풍의 연두색 여린 잎, 매화의 은은한 향기,
목련꽃의 우아한 모습들을 그려보면
새봄이 기다진다.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는 큰애가
며칠 전 제주 올레길 트레킹을 하고 돌아왔다.
학창시절 가족여행을 다녀온 후로 여행의
맛을 알아 틈만 나면 국내외 어디든 떠나곤 했는데,
이제는 자연스레 홀로 여행 가방을 들고 나선다.
휴가를 이용해 짧지 않은 일정으로 떠나는
여행길인데, 요즈음은 유스호스텔이 있어 홀로
여행하는데 편리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고 한다.
돌아와서는 잊을 수 없는 겨울여행이었다
하면서 특히 제주도 <차귀도>의 겨울바다 물빛과
저녁노을이 인상적이었다 한다.
메마른 도시생활에서 새로운 활기를
되찾아주는 처방으로 여행이 가장 좋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봄과 가을이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지만, 한적한 겨울여행은나름대로 색다른
의미가 있다. 나는 평소 혼자만의 여행하기를
좋아하는데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동화작가 안데르센(1805-1875)은
가난한 구두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나 젊은 날 여러 차례
절망에 빠져 죽음을 생각했다. 그러나 이를 이겨내고
수많은 걸작들을 남겼다.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대부분의 생애를 여행으로 보냈다. 그리고 "여행은
나의 마음을 다시 젊어지게 해주는 샘이다."
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여기 무등산 산정의 아름다운 설경처럼 지금쯤
백두산의 천지와 대협곡은 눈 속에 순백의 신세계를
펼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황산과
장가계 봉우리의 푸른 소나무들도 선경 속에 하얀
눈을 이고 있을 것이다.
이 겨울이 가기 전에 설산의 설경들과
마주해보고 싶고, 겨울바다의 짙푸른 물빛에
눈을 씻으면 정신이 새롭게
번쩍 날 것 같다.
( 무등수필,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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