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천 년 느티나무 / 신달자

윤소천 2014. 5. 23. 07:24

 

 

 

                                     천 년 느티나무

 

 

 

 



                             

백 대손이라도 되는가

그 앞에 서니 온몸이 쩡 울린다

나는 부동자세로 얼어 못 박힌 듯

천 년 뿌리에 발목 잡힌다

부안에서 곰소 지나 내소사 들면

대웅전 앞에 선 천 년 느티나무

몸은 다 비틀어지고 옆구리 동굴처럼 패어

어디 그것을 산몸이라고 하겠는가

천 년 비바람이 다 쓸어 가고

천 년 몸살로 다 삭아 내려

한 발짝도 땔 수 없는 천 년 병석을

제 스스로 끌어안고 있는

내소사 앞뜰의 부처

지금도 불자들 돌아가는 손에

자신의 푸른 가지 하나씩 안겨 주고 있는

천 년을 주고도 더 주어야 한다고

영영 가지 못하고 늙어가는

내 어머니 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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