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느티나무
백 대손이라도 되는가
그 앞에 서니 온몸이 쩡 울린다
나는 부동자세로 얼어 못 박힌 듯
천 년 뿌리에 발목 잡힌다
부안에서 곰소 지나 내소사 들면
대웅전 앞에 선 천 년 느티나무
몸은 다 비틀어지고 옆구리 동굴처럼 패어
어디 그것을 산몸이라고 하겠는가
천 년 비바람이 다 쓸어 가고
천 년 몸살로 다 삭아 내려
한 발짝도 땔 수 없는 천 년 병석을
제 스스로 끌어안고 있는
내소사 앞뜰의 부처
지금도 불자들 돌아가는 손에
자신의 푸른 가지 하나씩 안겨 주고 있는
천 년을 주고도 더 주어야 한다고
영영 가지 못하고 늙어가는
내 어머니 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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