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벼랑 위의 생 / 신달자

윤소천 2014. 5. 22. 06:19

 

 

                                      벼랑 위의 생

 

 

 


너무 늦게 왔다


정선 몰운대 죽은 소나무

내 발길 닿자

드디어 마지막 유언 같은 한마디 던진다

발아래는 늘 벼랑이라고

몸서리치며 울부짖는 나에게

몇몇 백 년

벼랑 위에 살다 벼랑 위에서

죽은 소나무는

내게

자신의 위태로운 평화를 보여 주고 싶었나 봐

죽음도 하나의 삶이라고

하나의 경건한 침묵이라고 말하고 서 있는

정선 몰운대 소나무

서 있는 나무 시체는

죽음을 딛고 서서

따뜻하고 깊은 목숨으로

내 마음에 돌아와

앞으로 다시 몇몇 백 년

벼랑 위의 생을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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