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미운 오리 새끼 / 황동규

윤소천 2014. 5. 17. 09:20

 

 

 

 

 

 

‘우리는 깨침에 대해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은가.

 

봄이 오면 풀과 나무는 절로 꽃을 피우는데?

 

불타의 말에 예수는 못 들은 척

 

산사(山寺)에 오르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산이 꿈틀대더니

 

꽃의 파도가 되었다.

 

다시 보니 산이었다.

 

눈을 거두며 예수가 말했다.

 

‘사람의 속모습은 거의 비슷하지.

 

겉으론 봄꽃 진 다음 여름꽃 피고

 

꽃인지 낟알인지 모를 걸 머리에 달고 가을 억새는

 

좋아서 물결치지만.’

 

‘아예 하찮은 풀로 치부하고 살다가

 

어느 일순 환히 꽃 피우는 자는?’

 

불타의 말을 받아 예수가 속삭였다.

 

‘겁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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