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기도
일전 프랑스에서 한국에 와 있는 선교사 한 분과
회식을 하던 중, 이야기가 한국인의 종교심에 미치자 그 신부는
< 내가 본국에 있을 때 신자들이 미사예물(가톨릭의 공양)을 가지고
와서 말하는 그 기원의 내용은, 거의가 하느님께 받고 있는 은혜에 대한
감사인데, 한국 신자들의 미사를 올리는 지향이란 하나같이
하느님께 무엇을 어떻게 해내라는 청원에 속하더라 >는 술회였습니다.
우리의 신앙심이 예로부터 현세적이고 기복적(祈福的)인 성향이
짙은 것을 나도 알고는 있었지만, 그 너무나 뚜렷한 지적에 나부터가
아주 큰 충격을 받았고 자신의 일상적 신심과
기도생활을 살피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것도 그 후 되읽어서 새삼 깨우친 대목인데,
20세기 아프리카의 성자라고 불리는 알베르트 슈바이처의
< 나의 생활과 사상 > 에는 그가 스물 한 살 적,
< 어느 잘 개인 여름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나는 이 행복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나도 남에게 무엇을 베풀지 않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는 것입니다.
실상 우리는 아무런 변고(變故)가 없이 맞고 보내는
일상의 삶 속에서, 또 우리가 자연이라고 부르는 만물의
혜여(惠與) 속에서 초자연적인 신령한 힘, 즉 하느님의 섭리와
사랑과 그 은혜를 발견하고 감득하고 이에 감사하고
보답할 마음을 지녀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한 이러한 기원에 있어서도 저 겟세마네의 예수처럼
<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요 > 라는 전제 속에서,
지극히 간절한 소망이라 할지언정 우리는 먼저 하느님의 뜻을
전면적으로 받들려는 지향에서 발전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참된 기도란 우리의 소망으로 하느님의 뜻을
변화시키려 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소망을 하느님의 뜻에
순종시키려는 원망(願望)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님을
너도 나도 깨닫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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