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 박정순 눈부시지 않은 모습으로 뜰 앞 정원의 모퉁이에서 봄을 안내하는 등을 켠 아프로디테 가녀린 몸매로 긴 겨울 어이 참아내었는지 무명의 어둠 끌어안고 삭이고 삭인 고통의 흔적 그 얼굴 어느 곳에서도 나타나지 않고 구시렁거리지도 않은 또 다른 별의 모습으로 꽃등을 켰다 항시 화려함이 아름다움은 아니듯 은은히 존재를 밝히는 가녀린 모습 앞에 마음도 한 자락의 옷을 벗고 노오란 향기와 모습 앞에 얼룩진 내 삶을 헹군다 읽고 싶은 시 2024.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