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수선화 / 박정순

윤소천 2024. 4. 25. 08:08

 

 

 

 

눈부시지 않은 모습으로 

뜰 앞 정원의 모퉁이에서 

봄을 안내하는 등을 

켠 

아프로디테 

가녀린 몸매로 

긴 겨울 어이 참아내었는지 

무명의 어둠 끌어안고 

삭이고 삭인 고통의 흔적 

그 얼굴 어느 곳에서도 

나타나지 않고 

구시렁거리지도 않은 

또 다른 별의 모습으로 

꽃등을 켰다 

항시 화려함이 아름다움은 아니듯 

은은히 존재를 밝히는 

가녀린 모습 앞에 

마음도 

한 자락의 옷을 벗고 

노오란 향기와 모습 앞에 

얼룩진 내 삶을 헹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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