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6 월 / 오세영

윤소천 2022. 6. 13. 19:54

 

 

 

바람은 봄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네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돌은 돌더러 길이라하는데

눈먼 나는 아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막힐 듯 숨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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