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등 뒤를 돌아보자 / 박노해

윤소천 2022. 12. 23. 19:27

 

 

12월에는 등 뒤를 돌아보자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동안

등 뒤의 슬픔에 등 뒤의 사랑에

무심했던 시간들을 돌아보자

눈 내리는 12월의 겨울나무는

벌거벗은 힘으로 깊은 숨을 쉬며

숨 가쁘게 달려온 해와 달의 시간을

고개 숙여 묵묵히 돌아보고 있다

우리가 여기까지 달려온 것은

두고 온 것들을 돌아보기 위한 것

내 그립고 눈물나고 사랑스러운 것들은

다 등 뒤에 서성이고 있으니

그것들이 내 몸을 밀어주며

등불 같은 첫 마음으로

다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니

12월에는 등 뒤를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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