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대 초반, 나는 사업을 하다 나라의 금융위기와 맞물려 실패를 보았다. 실업자가 되어 마음 둘 곳이 없어 기원을 찾았다. 이곳에서 대학시절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심한 고초를 겪고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택시 운전사가 된 후배를 만났다. 동변상련同病相憐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가 사정이 있는 날이면 내가 대신 땜빵 운전을 해주었다. 처음에는 아는 이를 만날까 두려워 모자를 깊이 눌러썼는데, 몇 번 하다 보니 익숙해지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었다. 하루 이십 여명의 승객이 타고 내리는데,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람 사는 저마다 모습이 보였다. 그러자 일에 흥미가 생기면서 신기하게도 불면으로 깊어진 우울증이 말끔히 나았다. 이후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는데, 길의 노숙인과 길가 노점에서 푸성귀를 파는 할머니의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