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연락이 뜸해진 친구에게 전화를 넣어봤다. “뭐 하고 지내는가?” 한참을 미루적거리더니, “으음 저..., 발바닥 껍질 뜯고 앉아 있네.” 무료하게 지내고 있다는 응답치고는 어지간히 걸작이었다. 직장 정년퇴임을 하고도 몇 년이 됐으니 출근에 바쁠 일도, 허구한 날 친구를 만나 노닥거릴 ‘껀수’도 없을 테니 집에 앉아 있으면 멋쩍은 사람이 되어 발바닥이나 문지르다가 껍질을 뜯어내는 버릇이 생겼음이리라. 이 친구의 말을 듣고 보니 나도 별 다를 게 없었다. 나이 들어가면서 신체 세포의 성장은 더디어지고 표피는 날로 각질이 되어간다. 특히 온몸의 무게를 지탱하고 다니는 발바닥은 더 많은 굳은살이 박인다. 목욕탕 갈 때에는 더운물에 잘 불린 발바닥 각질층을 벗겨내고 깎아내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 요즘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