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손에 대한 예의 / 정호승

윤소천 2014. 3. 28. 06:47

 

     

 

                 

 

가장 먼저 어머니의 손등에 입을 맞출 것

하늘 나는 새를 향해 손을 흔들 것

일 년에 한 번쯤은 흰 눈송이를 두 손에 고이 받을 것

들녘에 어리는 봄의 햇살은 손안에 살며시 쥐어볼 것

손바닥으로 풀잎의 뺨은 절대 때리지 말 것

장미의 목을 꺾지 말고 때로는 장미가시에 손가락을 찔릴 것

남을 향하거나 나를 향해서도 더 이상 손바닥을 비비지 말 것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지폐를 헤아리지 말고

눈물은 손등으로 훔치지 말 것

손이 멀리 여행 가방을 끌고 갈 때는 깊이 감사할 것

더 이상 손바닥에 못 박히지 말고 손에 피 묻히지 말고

손에 쥔 칼은 항상 바다에 버릴 것

손에 많은 것을 쥐고 있어도 한 손은 늘 비워둘 것

내 손이 먼저 빈손이 되어 다른 사람의 손을 자주 잡을 것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책을 쓰다듬고

어둠 속에서도 노동의 굳은살이 박인 두 손을 모아

홀로 기도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