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사랑의 일초 1 / 정윤천

윤소천 2014. 5. 15. 09:27

 

 

 

사랑의 일초 1

 

 

 

 

 

 

사랑이

사랑을 만나

사랑을 완성하는 시간은 실은 일 초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러니 사랑으로 빚어진 일 초는

지나가버린 일 초도

지금의 일 초도

어디선가 오고 있을 일 초도

모두 다 같은 시간입니다


반드시 제 몫의 시간일 것이며

제 탓의 시간입니다


어디까지만 내 것의 시간이고

어디서부터는 남의 것이 될 수 없는 시간입니다


사랑의 일 초 동안은 머리 위에 와서 쌓이고

사랑의 일 초 동안은 손톱 밑으로 스미고

사랑의 일초 동안은 발바닥을 간질여주기도 합니다


일 초들은 거의 십만 년쯤을 거슬러서 옵니다

병과 죽음을 포함한 온갖 훼방의 시간들이 잠시나마


일 초 동안을 갈라놓거나

등을 돌리게 하여도

일 초들은 그러나 막무가내로 되돌아서곤 합니다


아침의 이슬방울로도

새떼의 날갯짓 소리로도 저녁의

바람에 흔들리는 들찔레 덩굴의 가시 같은 것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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