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나무 1 / 신경림

윤소천 2014. 4. 29. 07:57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제 치례하느라 오히려

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한 군데 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또는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우쭐대며 자란 나무는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 나무가 꽃 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이와 같을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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